마음의 다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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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리뷰]윤희조_불교적 관점에서 본 융 심리학 (1) [콤플렉스]

본 논문의 저자(이하. 윤희조)는 융 심리학을 세 가지 관점으로 구분하고 이를 불교 교리에 의거하여 해석하려 한다. 먼저는 콤플렉스를 유위법 또는 번뇌로 등치시키고 둘째, 집단 무의식을 윤회적 함축을 갖는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개성화(Individuation)를 불교 견도에서의 깨달음의 과정으로 본다.콤플렉스란 정동의 복합체로(2023. 359), 의식과 무의식을 아우르는 인간 마음의 존재하는 정신적 내용 혹은 군집으로 말해진다. 즉, 콤플렉스는 하나의 핵 요소(Kernelement)를 중심으로 여러 심리적 내용이 모여져 있어 이 콤플렉스 핵은 강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데 이 강한 감정은 집단 무의식의 내용인 원형(archetypus)와 관계하는 것으로 융은 보았다.(2005. 19-20) 그렇기에, 윤..

불교상담학 2025.03.09

몸의 현상학과 불교 (5)

불교의 오온五蘊은 인간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로, 그중 첫 번째 요소인 색色은 물질적 몸을 말한다. 색은 네 가지 기본 원소인 지수화풍으로 설명된다. 이 원소들은 서로 간의 작용을 하여 하나의 통일된 물질적 현상인 신체를 구성한다. 그러나 색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인간의 몸은 딱딱한 것과 흐르는 것, 뜨거운 것과 움직이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색은 고유의 색깔과 모양을 가진 것 이상으로 불교에선 규정하는데 살아 있는 몸만이 운동성과 항상성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말하며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의 몸을 말한다.(2022. 52-3) 이런 유기체적 특징은 메를로-퐁티의 살아 있는 몸(le corps vivant)에서도 볼 수 있다. 메를로-퐁티의 자연관은 형태와 구조를 중심으로 설명이 된다. 세계와 주체 간의..

불교상담학 2025.02.28

몸의 현상학과 불교 (4)

불교에선 인간의 몸을 하나의 고정된 주체나 실체로 보지 않는다. 「일체 경(Sabba-sutta)」에서의 붓다는 일체를 여섯 감각기관과 여섯 감각대상으로 설명한다.(SN35:23) 즉, 여섯 감각기관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라는 육내입처(六內入處)를 가리키고, 여섯 감각대상은 육외입처(六外入處),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을 가리킨다. 우리가 경험 가능한 모든 세계는 이 여섯 문을 통해 파악되기에 이것에서 벗어나서 따로 무언가를 더 주장하려 해도 근거가 되지 못한다. 또한 『불설일체유섭수인경』에서도 보이듯, 올바른 근본을 갖추지 못한 채 그릇된 생각을 하면 오히려 몸에 대한 의심과 번뇌가 생겨 “이 몸은 장차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와 같은 망상이 생긴다고 한다.(K0672 v19, p.520..

불교상담학 2025.02.18

몸의 현상학과 불교 (3)

현상학적 장(field; champ)은 단순히 언급하기 쉬운 어느 한 공간이나 물리적 장소를 말하지 않는다. 현상학적 체험이 이루어져 상호주관적으로 구성된 의미가 발생하는 층위다.(PHP. 51) 다시 말하면, 주체의 의식과 의식의 대상인 세계가 어떻게 얼기설기 얽혀있어 경험으로 나타나는가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메를로-퐁티의 몸의 현상학으로 가서는 현상학적 신체는 항상 세계 내에 있으면서 세계를 향해 정향 되어있어 의미를 창출하는 데 이때의 현상학적 신체가 지각의 장을 가져 현상학적 장이 열리게 된다. 즉, 현상학에서 말하는 지평地平은 대상이 현전할 때의 맥락 또는 그것의 배경이 된다. 예를 들어,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볼 때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은 지금-여기(Here and Now)라는 시공간, 나의 과..

불교상담학 2025.02.16

몸의 현상학과 불교 (2)

“살아 있는 관계”란 무엇일까? 우리가 살아 있다고 할 때 그것은 호흡하며 눈으로 살피고, 귀로 들어 느낌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것은 자아의식의 시작이다. 즉, 살아 있다고 감각하는 것은 항상 바깥 세계와 지평이 맞닿아 있을 때 시작한다. 이때의 현상학적 체험은 지금-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다시 말해, 바깥 세계와 지평-구조를 갖는다는 것은 코로 호흡할 때, 코라는 대상과 공기라는 대상과 항상 함께하고 있고, 눈으로 살핀다는 것은 내가 지금-여기에서 보이는 풍경(paysage)이 시선(regard)에 의해 미끄러져 나타난다는 것을 말하며, 귀로 들음은 바람소리, 노랫소리, 나의 호흡소리라는 모든 대상과 엮여있을 수밖에 없는 나의 의식의 지향성을 규명할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je vois dir..

불교상담학 2025.02.09

몸의 현상학과 불교 (1)

Il faut que je sois mon extérieur, et que le corps d'autrui soit lui-même.타자가 신체 자체이듯이 나도 나만의 외부, 신체가 있어야 한다.필자 역, M. Merleau-ponty, Phénoménologie de la perception, Éditions Gallimard, 1945. vii.어떤 물음이었을까. 현상학 이전의 서구 철학은 주객분리, 이원론적 접근에 따라 사유하는 나와 사유되는 그것(연장)들의 인식의 일치가 진리로 여겨졌다. 고중세철학은 객체에 의해 정의되는 주체 그리고 데카르트 이후의 주체중심주의에서는 사유하는 주체에 의해 진리가 탐구된 것이다. 그러나 후설 이후로 서구 철학의 관점은 의식의 지향성을 주제로 주체와 객체의 분리적 사..

불교상담학 2025.02.05

증상과 예시로 알아보는 이상심리 (9) - 망상장애

아래 글은 실제 사례가 아닌 망상장애의 다양한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예시를 다룹니다. 모든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는 반드시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하여 이뤄져야 합니다. “나를 미행하는 사람이 있어. 분명 내 뒤를 쫓고 있다고!” 32세 직장인 지영(가명) 씨는 예전부터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6개월 전부터는 ‘누군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쳐내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일이 커질수록 지영 씨는 주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자신을 겨냥한 증거’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확신을 가지게 되면서 일상생활과 대인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를 쫓는다’ – 의심과 불안의 순간 어느 날 퇴근 후, 밤길을 걸어가던 지..

증상과 예시로 알아보는 이상심리 (8) - 제2형 양극성장애 (경조증과 우울증)

아래 글은 실제 사례가 아닌, 제2형 양극성장애가 나타나는 다양한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예시를 다룹니다. 모든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하여 이뤄져야 합니다.“나… 요즘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뭔가 좀 과하게 들뜨는 것 같기도 해.” 28세 직장인 은지(가명) 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늘 활발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6개월 전부터 ‘더 열정적으로, 더 빠르게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갑자기 커지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쉽게 지치는 우울 상태로 가라앉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은지 씨는 스스로 “원래 좀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니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점차 일상생활과 업무 수행에 지장이 생기면서 상황을 ..

증상과 예시로 알아보는 이상심리 (7) - 제1형 양극성장애 (조울증)

아래 글은 실제 사례가 아닌 조울증의 다양한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예시를 다룹니다. 모든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는 반드시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하여 이뤄져야 합니다.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25세 대학생 수현(가명) 씨는 평소에도 감정 기복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1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하루만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극도로 들뜬 기분과 반대로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감정이 교차하기 시작했다.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학기 말이 되면서부터 이 극단적인 ‘조증 상태’와 ‘우울 상태’가 학업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게 되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조증의 순간 어느 날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밤새워 준비하던 수현은 점점 자신이 엄청난 ..

증상과 예시로 알아보는 이상심리 (6) – 충동조절장애

아래 글은 실제 사례가 아닌, 충동조절장애의 다양한 양상을 이해하기 위한 예시를 다룹니다. 모든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여 이뤄져야 합니다.“아… 또 해버렸다… 왜 난 이걸 참지 못하는 걸까?” 24세 대학생 민수(가명) 씨는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느꼈다. 특히 분노가 일어날 때는 억누르기 힘들어 주위 사람들과 갈등이 잦았다. 그래도 ‘그냥 성격이 예민한가 보다’라고 넘겼지만 대학교에 들어오고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통제하기 힘든 ‘분노의 순간’ 어느 날 자취방에서 과제 마감에 쫓기는 중 노트북이 갑자기 렉이 걸려 멈춰버렸다. 지연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침착하자’라고 애써 참으려 했고, 재부팅을 몇 번이나 시도했..